세버런스의 창작자 댄 에릭슨이 밝히는 글로벌 히트 시리즈의 비하인드 스토리

Apple TV+의 '세버런스(Severance)'는 단연코 최근 글로벌 TV 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충격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과 삶의 기억을 완전히 분리하는 '세버런스' 시술을 받은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출시 이후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BBC 월드 서비스의 '더 아츠 아워(The Arts Hour)'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화제작의 창작자 댄 에릭슨은 시리즈의 탄생 배경부터 놀라운 성공, 그리고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에릭슨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세버런스'의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영감의 순간: 출근하기 싫은 날의 단순한 상상에서 시작된 거대한 이야기
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그렇듯, '세버런스'의 개념도 놀라울 정도로 평범한 상황에서 태어났습니다. 댄 에릭슨은 자신이 특별히 기대하지 않는 근무일을 그냥 건너뛰고 급여만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단순한 판타지에서 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소한 상상이 결국 정체성, 자아, 기업 문화, 그리고 인간 조건에 대한 깊은 탐구로 발전했습니다.
에릭슨은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을 자신의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언급했습니다. 특히 그는 '이터널 선샤인'에서 기억 제거 시술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첨단 설비가 아닌 평범한 치과 의원처럼 보이는 점, 즉 하이테크가 아닌 일상적인 느낌으로 묘사된 점에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세버런스'에서도 분명히 드러나는데, 미래적 개념을 현실적이고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이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세버런스'의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 역시 에릭슨의 비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주 무대인 MDR 사무실은 에릭슨이 처음 구상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게 구현되었습니다. 넓은 공간, 이상하게 낮은 천장, 구역질이 날 정도로 초록색인 카펫,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네 개의 책상 등 많은 요소가 그의 원래 비전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에릭슨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 달리 구현된 공간들도 있었으며, 이러한 창의적 변화를 환영했다고 합니다. 이는 TV 제작의 협업적 본질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캐릭터 개발의 비밀: 에릭슨의 독특한 접근법
'세버런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복잡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특히 '이니(Innie)'와 '아웃티(Outie)'라는 두 개의 자아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꿈의 역할입니다. 에릭슨은 시즌 1에서는 아담 스콧을 제외하고는 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지만, 시즌 2부터는 자크 체리, 트라멜 틸먼, 브릿 로워 등 배우들의 목소리와 얼굴을 떠올리며 글을 쓸 수 있어 훨씬 쉬웠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에릭슨은 아담 스콧을 처음부터 주인공 마크 역으로 염두에 두었습니다. '파크스 앤 레크리에이션'과 '파티 다운' 같은 직장 코미디 시리즈에서 스콧의 연기를 좋아했던 에릭슨은 그의 이미지를 비틀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벤 스틸러가 처음 아담 스콧을 추천했을 때 그는 매우 흥분했습니다.
TV 제작 업계에 생소했던 에릭슨은 각 배우에게 캐릭터의 배경 이야기가 담긴 문서를 제공하는 독특한 접근법을 취했습니다. 나중에야 이것이 일반적인 관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러한 상세한 배경 설정은 배우들이 캐릭터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에릭슨은 일부 배우들은 이러한 배경 정보를 알고 싶어했고,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일부 캐릭터의 배경 설정이 변경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처음 구상했던 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세버런스'의 깊은 주제: 자아 분리와 기업 문화의 위험성
'세버런스'의 핵심 주제는 해부하자면 '자아 분리(disassociation)'에 관한 것입니다. 에릭슨은 우리가 자신의 불편한 부분이나 고통스러운 삶의 일부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려는 이유에 대해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니'의 삶은 고문과 같고 '아웃티'의 삶은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에릭슨은 다른 관점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일에 자신을 잃는 것은 일종의 마약과 같은 안락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방법이 될 수 있죠. 에릭슨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직장 환경에서 스스로를 인간 이하로 만드는 것의 유혹과 위험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세버런스'를 현실 세계의 기업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에릭슨은 이러한 현상이 대기업에서 특히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지인들이 무의식적으로 회사 용어를 사용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를 언급했습니다. 정체성과 관련된 자유 의지는 이 쇼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니'와 '아웃티'가 같은 사람인지 아니면 두 명의 다른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은 인간의 본질과 본성 대 양육에 관한 기본적이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버런스'에는 분명한 컬트적 요소가 있습니다. 에릭슨은 작가들과 컬트의 본질과 개인이나 조직이 가질 수 있는 지적 영향력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컬트와 직원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대기업 사이에 유사한 전술이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종종 "우리는 여기서 가족이다"라는 말을 하며, CEO나 회사 창립자를 중심으로 일종의 컬트 리더와 같은 인물 숭배 현상이 형성됩니다.
예상치 못한 성공과 미래 계획: 팬덤의 영향과 시리즈의 방향성
'세버런스'의 놀라운 성공은 에릭슨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는 처음에 이 쇼가 지금보다 훨씬 더 틈새 시장에 머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이상하거나, 우스꽝스럽거나, 어둡기 때문에 대중적인 히트작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죠. 하지만 사람들이 시리즈를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팬 아트, 팬 이론, 팬픽션 등을 통해 자신의 창의력을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은 그에게 엄청난 영광이자 부담이 되었습니다.
에릭슨은 팬들의 관심과 에너지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레딧 같은 팬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론들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즌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비전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만약 특정 팬 이론이 시즌 3, 4 또는 그 이후 시즌에 반영된다면 그 팬에게 크레딧을 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그가 팬 이론을 피하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세버런스'와 같은 시리즈가 인기를 얻을 때, 작가가 모든 것을 계획했는지 아니면 시즌별로 적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에릭슨은 처음부터 명확한 종착점이 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그 본질적인 부분을 크게 변경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하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나 스토리 포인트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밀치크(Milchick)는 처음에는 코벨(Cobel)의 조연으로 계획되었지만, 트라멜 틸먼이 연기를 시작하면서 에릭슨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이상한 새로운 캐릭터를 발견했고, 그 결과 밀치크는 원래 구상했던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스트리밍 시대의 프리미엄 TV: 창의성에 대한, 그리고 창의성을 위한 투자
'세버런스'와 같은 프리미엄 TV가 현재 스트리밍 서비스만 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에릭슨은 TV 산업이 항상 변화하고 있으며 자신의 말이 몇 년 후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신중하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Apple TV+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세버런스'에 필요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에릭슨이 특히 자랑스러워하는 시즌 2의 순간은 피날레에서 마크와 그 자신이 접촉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쓰면서 그는 50% 정도의 확률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우 복잡하고 배우의 연기와 편집에 크게 의존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벤 스틸러와 편집자의 작업 덕분에 그 장면은 완벽하게 구현되었고, 에릭슨은 그것을 보고 공개적으로 울었다고 말합니다.
'세버런스'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은 분명 상당한 제작비를 필요로 합니다. 각 에피소드가 약 2천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는 소문이 있지만, 에릭슨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Apple TV+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재정적 지원이 '세버런스'와 같은 야심찬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것은 분명합니다.
인터뷰의 마지막 부분에서 루먼(Lumon) 기업의 최종 목표가 일종의 불멸을 제공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에릭슨은 유머러스하게 그 질문에 대답하면 자신의 수명이 단축될 것이라며 웃어넘겼습니다. 이는 시리즈의 많은 비밀이 아직 베일에 싸여 있으며, 앞으로의 시즌에서 펼쳐질 것임을 암시합니다.
'세버런스'의 성공은 단순히 그 독창적인 개념만이 아니라, 깊이 있는 캐릭터 개발, 섬세한 세계관 구축, 그리고 현대 사회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탐구에 있습니다. 댄 에릭슨의 비전과 Apple TV+의 지원이 만나 우리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TV 시리즈 중 하나를 탄생시켰으며, 앞으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 세계 팬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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