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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원 매출의 미국 장례 산업 거인: 셀럽들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SCI의 비즈니스 모델 분석

eodiseo 2025. 4.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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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문부터 마이클 잭슨까지: 미국 최대 '데스 케어' 기업의 숨겨진 이야기

 

 

 

억대 관과 300억원 리모델링, 세계 부자들의 마지막 여정

 

히스 레저, 존 레논, 니콜라 테슬라,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부인 이바나 트럼프까지. 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프랭크 E. 캠벨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1898년에 설립되어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최근 2천만 달러(약 300억 원)를 들여 내부 리모델링을 마쳤습니다.

 

이 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관 하나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천만 원에 달하며, 그랜드 피아노를 연상케 하는 고급 관은 6만 달러(약 1억 원)에 이릅니다. 장례 절차부터 묘지 안장까지 전통 장례의 풀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2억 원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사생활 보호가 필요한 VIP들을 위해 외부 접근을 차단하고, 해외로 운구가 필요한 경우에는 전용 제트기까지 동원됩니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부촌으로, 카네기와 같은 미국 역사를 일군 전통 가문들의 후손들과 세계 최대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 같은 신흥 부자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관례와 전통을 중요시하며, 이에 맞춘 최고급 장례 서비스에 거금을 지불합니다.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 죽음을 비즈니스로 재정의하다

 

프랭크 E. 캠벨 장례식장은 1962년부터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로버트 월트립이 설립한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SCI)의 소유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월트립은 가족 장례식장에서 시작해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웠고, '데스 케어'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한 인물입니다.

 

SCI는 미국 내에 1,900여 개의 묘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여의도 공원 이상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장례 산업은 경기 침체의 영향이 적으면서 인구 구조에 따라 꾸준한 수익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이점은 팬데믹 기간 동안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SCI는 2019년 4조 7천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1년에는 6조 원으로 증가했고,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장례 산업은 연간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안정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베이비붐 세대(7,500만 명)가 고령화됨에 따라 2030년대에는 현재보다 25% 정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SCI는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겨냥한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VIP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 대통령부터 할리우드 스타까지

 

SCI의 사업 구조는 크게 장례 서비스와 묘역 관리 두 분야로 나뉩니다. 2023년 기준 매출의 약 55%는 장례 서비스에서, 나머지 45%는 묘지와 토지 판매에서 발생합니다. 또한 생전에 미리 장례를 계약하는 '선불식 장례' 판매의 수주 잔고만 해도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합니다.

 

SCI는 또한 전 미국 대통령들의 장례를 담당해 온 '조셉 갤러스 선스' 장례 회사도 인수했습니다. 이 회사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루즈벨트, 레이건 대통령 등 여러 전직 대통령들의 장례를 맡았으며, 최근에는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조문까지 담당했습니다. 정치인들의 VIP 장례에서는 다른 회사들이 경쟁하기 어려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SCI 소유의 '로즈힐스 메모리얼 파크'와 '포레스트론 메모리얼 파크'는 미국에서 가장 큰 공원식 묘지로, 마이클 잭슨과 월트 디즈니 같은 유명 인사들이 안장되어 있습니다. 뉴욕에는 마릴린 먼로의 묘가 있는 또 다른 계열사 묘지도 있어, 셀럽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모여 있는 특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장례 문화와 미래 전망: 화장의 증가와 디지털 서비스

 

최근 미국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묘지 분양 비용 증가로 화장을 선택하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화장률이 매장률을 추월했으며, 현재는 약 60%에 달합니다. 향후 10년 내에 이 비율이 8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SCI는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미국 화장장 초기 사업을 구축한 '네이천 소사이어티'를 인수하여 북미 최대 화장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추모 서비스, 가상 장례식 등 새로운 서비스도 도입하며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개별 장례식장의 영업 이익률은 20% 안팎인 반면, SCI는 원스톱 패키지와 수직 계열화를 통해 25% 이상의 영업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주가 성과는 다소 제한적이어서, 최근 1년간 약 2% 상승에 그쳤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서비스 비용 인상을 통한 마진 상승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극적인 성장세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종목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서비스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은 단순한 장례 회사를 넘어,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의 마지막 여정을 관리하는 독특한 문화적, 경제적 현상을 보여줍니다. 삶과 죽음이 만나는 지점에서, 최고의 서비스와 품격을 통해 마지막 이별의 순간까지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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