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캐나다 안락사 제도의 실태와 경계선: 확대되는 MAID 정책과 영국 안락사법 결정에 주는 시사점

eodiseo 2025. 4.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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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안락사 법: 자비로운 선택인가, 위험한 경사로인가?

 

 

 

의학적 조력사(assisted dying)에 관한 논쟁은 전 세계적으로 윤리적, 법적, 의학적 측면에서 복잡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영국과 웨일즈에서 안락사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금, 이미 거의 10년 전 안락사를 합법화한 캐나다의 사례는 중요한 참고점이 되고 있습니다. BBC의 의학 편집자 퍼거스 월시(Fergus Walsh)는 최근 캐나다를 방문하여 그곳의 안락사 현실을 직접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어떤 제도도 완벽하지 않으며, 국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캐나다의 '의학적 조력사(MAID)' 현황

캐나다에서는 매년 15,000명 이상이 의학적 조력사(Medical Assistance in Dying, MAID)를 선택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말기 질환자로, 많은 경우 자신의 집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합니다. 캐나다의 안락사 법은 영국이나 웨일즈에서 현재 논의되는 법안과 다르게, 법원의 법적 도전에 의해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영국에서 중대한 사회적 변화가 의회에 맡겨지는 상황과는 다른 접근법입니다.

캐나다는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후 그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왔습니다. 초기에는 말기 질환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현재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는 기준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캐나다 정부가 2년 내에 신체적 질병 없이 정신 질환만 있는 성인에게도 의학적 조력사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법이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취약 계층을 보호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것이 이미 '미끄러운 경사길'을 넘어섰다고 우려합니다. 그들의 핵심 주장은 안락사가 사회적 또는 의학적 지원의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이프릴 후버드의 선택: 비말기 환자의 안락사 결정

 

퍼거스 월시가 만난 에이프릴 후버드는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에 거주하는 공연 예술가입니다. 그녀는 말기 질환자는 아니지만, 심각한 척추 질환으로 20년 이상 강한 오피오이드 진통제에 의존해왔습니다. 그녀는 펜타닐 패치를 포함한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있으며, 자신의 상태가 치료 불가능하고 고통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이라는 이유로 의학적 조력사 승인을 받았습니다.

 

에이프릴은 자신의 지역 극장 무대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합니다. 그녀는 그곳이 자신에게 가장 특별하고 독특한 장소이기 때문에 마지막 숨을 그곳에서 내쉬는 것이 적합하다고 느낍니다. 그녀가 안락사를 선택한 이유는 삶을 살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의 균형이 더 이상 그녀가 느끼는 고통보다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날들, 그녀는 베개에서 머리를 들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런 방식으로 앞으로 10년, 20년, 또는 30년을 더 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에이프릴의 MAID 승인 과정은 7개월이 걸렸으며, 이제 승인을 받은 후 그녀는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 '안전망' 없이는 계속 살아갈 용기가 없었을 것이며, 오래 전에 혼자서 자신의 삶을 끝내는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아직 사망 날짜를 정하지 않았지만,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앞으로 몇 달 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안락사를 향한 의료계의 양극화된 의견

 

캐나다의 의학적 조력사 제도에 대한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가정의인 라모나 코엘로 박사는 캐나다가 '미끄러운 경사길'을 넘어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과거에는 자살 충동이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과 보살핌으로 대응했으며, 말기 질환자와 다른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울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죽음을 요청하는 적절한 이유로 간주되고, 매우 빠르게 그들의 삶을 종결시키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샤론 스크리브너의 가족은 그녀가 81세에 폐암으로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반복적으로 MAID를 제안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간호사가 와서 MAID 의사를 만나기 위한 명단에 오르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라고 했지만, 샤론은 거절했습니다. 가족들은 병원 직원들이 샤론이 이 서류에 서명할 때까지 그들이 병원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샤론을 집으로 데려와 그곳에서 완화 치료를 받으며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게 했습니다.

 

반면, 수백 명의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투여한 코너 트라우튼 박사는 캐나다에서 MAID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약물 주입이 보통 몇 분 안에 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영국과 웨일즈에서 계획하고 있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영국과 웨일즈에서는 환자가 보통 약물을 마시는 방식으로 자가 투여해야 합니다. 트라우튼 박사는 의사가 이를 수행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환자들이 항상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말합니다. 환자들이 과정을 지시하고 있으며, 이것이 그녀에게 명예와 의무, 그리고 특권을 부여한다고 느낍니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상태에서, 환자들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철저하게 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안락사 논쟁의 확장: 영국과 웨일즈의 상황

 

영국과 웨일즈에서는 안락사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의회에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문제가 논의된 것은 2015년이었으며, 지난 11월부터 다시 하원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의원들 사이에서 논의 중입니다.

 

현재 영국의 법안 기준에는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강요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6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이는 캐나다의 현행법보다 더 제한적이며, 영국과 웨일즈가 캐나다의 경험에서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퍼거스 월시는 최근 캘리포니아를 방문하여 그곳의 안락사 법을 살펴보았는데, 이는 영국과 웨일즈에서 제안된 법의 영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의 사례는 어떤 법이 도입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법의 초기 설계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안락사가 주는 사회적, 윤리적 질문들

 

의학적 조력사는 단순한 법적, 의학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을 돌보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캐나다에서 말기 환자는 단 24시간 만에 사망 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에이프릴과 같은 비말기 환자의 경우 7개월이 걸렸지만, 이제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습니다.

 

안락사 지지자들은 이것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비로운 선택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이것이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의학적 조력사가 적절한 완화 치료나 사회적 지원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샤론 스크리브너의 사례처럼, 취약한 환자들이 안락사를 선택하도록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의 가치가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는 사회가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고통받는 사람들을 제거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깊은 윤리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더불어, 캐나다가 정신 질환만 있는 성인에게까지 의학적 조력사를 확대하려는 계획은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정신 질환은 그 특성상 진단과 예후가 더 복잡하며, 환자의 결정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살 충동이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사회의 책임과 개인의 자율성 존중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제기합니다.

 


결론: 균형 잡힌 접근의 필요성

 

캐나다의 경험은 안락사 법의 확장 가능성과,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영국과 웨일즈가 안락사 합법화를 고려함에 있어, 캐나다의 경험에서 배우고 더 강력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락사 논쟁은 단순히 '찬성' 또는 '반대'로 나눌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고통, 존엄성, 자율성, 그리고 취약성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법이 만들어지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면서도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존엄한 선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에이프릴 후버드의 이야기는 이 논쟁의 인간적인 측면을 상기시킵니다. 그녀의 결정이 옳은지 틀린지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로서 우리는 에이프릴과 같은 사람들에게 최상의 지원과 돌봄을 제공하면서도, 그들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안락사 논쟁의 핵심이며, 앞으로 영국과 웨일즈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계속해서 직면할 복잡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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