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전략적 자산 회수 작전: 틱톡부터 파나마 운하까지

지난 10여 년간 세계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이 미국의 견제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른바 '클로백(clawback)' 전략을 통해 중국이 보유한 전략적 자산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틱톡부터 파나마 운하까지, 미국의 이러한 전략은 중국과의 지정학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로듐 그룹의 줄리아나 부샤우 선임 분석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새로운 지정학적 충돌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클로백' 전략: 명시되지 않은 미션
'클로백'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미국이 중국 기업이 소유한 자산을 다시 되찾아오거나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특이한 점은 이것이 공식적인 정책이나 연설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된 전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 소유 자산을 되찾자'는 행정명령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개월 동안 미국은 다양한 정치적 압력과 규제 수단을 활용하여 중국 기업이 소유한 특정 회사나 자산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모회사들은 해당 자산을 매각하거나 최소한 거리를 두는 방안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클로백 전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투자 확대에 대한 미국의 '후회'에서 비롯됩니다.
2010년대 초부터 중국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보호받으며 해외로 진출했고, 이는 2016년 중국의 해외직접투자가 약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 시기 동안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EU에서 전략적인 기업들을 인수했고, 이를 통해 가치 있는 기술에 접근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오늘날 미국은 이러한 거래들을 해소해야 할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 안보'의 개념이 진화하면서 경제 안보, 공급망 의존성 등 더 넓은 개념을 포함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클로백 전략은 더 광범위한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틱톡 사태: 클로백의 대표적 사례
틱톡은 미국의 클로백 전략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입니다. 미국 의회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앱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 대해 점점 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이에 '적대국 통제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미국인 보호' 법안을 통과시켜 틱톡과 같은 외국 통제 애플리케이션이 중국 모회사와의 소유권 및 운영 관계를 단절하거나 미국 내 금지 조치에 직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틱톡의 운명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 의회는 잠재적으로 이 법안을 활용하여 텐센트의 '테무(Temu)' 또는 '쉬인(Shein)'과 같은 다른 중국 소유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자격을 갖춘 매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의회는 중국 소유권이 점점 더 부담으로 간주되는 다른 분야에서도 이 자격을 갖춘 매각 개념을 복제할 수 있습니다.
틱톡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국가 안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안보의 개념이 진화하면서 경제 안보, 공급망 의존성 등 더 넓은 영역을 포함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클로백 전략은 반도체, 바이오테크,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노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 전략적 요충지의 통제권 다툼
최근 큰 주목을 받은 사례는 홍콩 기업 CK 허친슨이 파나마 운하 내 두 개 항구에 대한 지분을 블랙록과 MSC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한 거래입니다. 이 거래는 단순히 파나마 운하 내 항구뿐만 아니라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구에 대한 CK 허친슨의 지분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이 거래가 발표되자마자 베이징은 강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 국영 언론은 이 거래를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하는 기사를 여러 편 게재했고, 베이징이 국영기업들에게 홍콩 대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중국의 합병규제 당국인 SAMR이 이미 경쟁 측면에서 이 거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중국이 이 광범위한 클로백 추세에 대해 경계심을 높이고 있으며, 이를 가만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래를 방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압력과 방대한 규제 도구를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 컨테이너 무역 흐름의 약 1/3이 통과하는 중요한 지점으로, 미국 군사 해군 이동의 병목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의 우려는 홍콩 대기업 CK 허친슨이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효과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국가 안보를 위해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클로백의 핵심 대상
반도체 산업은 두 차례 연속 미국 행정부의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으며, 클로백 전략의 핵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기반 반도체 회사인 넥스페리아(Nexperia)는 주로 중국이 제조 점유율 측면에서 매우 지배적이 된 레거시 반도체를 제조합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중국 기업 윙크테크(Wingtech)에 인수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정부가 윙크테크가 넥스페리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넥스페리아가 영국 내 제조시설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차단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이 12월 4일 반도체 수출 통제 업데이트에서 넥스페리아의 모회사인 윙크테크와 인수에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한 여러 기업을 수출 통제 목록인 '엔티티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이는 넥스페리아 생태계를 부담으로 만들어 넥스페리아가 소유 구조를 재고하도록 강제하는 조치입니다.
기업들의 딜레마: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럽 기업들은 자신들의 지분 중 일부가 중국 기업에 의해 소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중국 지리(Geely)에 인수된 스웨덴 자동차 제조사 볼보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커넥티드 차량 기술에 관한 새로운 규칙을 수립하여 미국에 판매하는 기업들이 중국에서 제조되거나 중국 기업이 제조한 부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2027년부터는 중국이 통제하는 기업이 제조한 모든 차량은 미국에서 판매가 금지될 예정입니다.
볼보와 같이 미국에서 수익의 17~18%를 창출하는 기업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이는 당연히 이사회 수준에서 중국 소유권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촉발할 것입니다.
중국의 대응: 국가 안보 대 국가 안보
중국은 미국의 클로백 전략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CK 허친슨 거래에 대한 반응은 더 강력한 대응이 곧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신호입니다. 중국은 비공식적인 전술, 정치적 압력뿐만 아니라 규제 도구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거래의 국가 안보 검토가 포함됩니다. 미국이 외국인 투자 심사 체제(CFIUS)를 가지고 있듯이, 중국도 전략적 분야의 거래를 검토하는 부처 간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 투자자가 중국 국경 내에서 투자할 때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의 지분이나 자산을 획득할 때도 적용됩니다.
이론적으로 이 기관 간 메커니즘은 국가 안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조사하고 조건을 부과하거나 심지어 전면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합병 규제 당국인 SAMR(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도 매우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경쟁적 이유로 거래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CK 허친슨 거래와 관련하여 SAMR은 이미 이 거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SAMR이 잠재적으로 거래에 대한 구제책이나 조건을 부과하거나 심지어 전면 차단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SAMR은 점점 더 지정학적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대규모 M&A 거래를 무산시켰습니다.
충돌하는 국가 안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
미국과 중국의 국가 안보 주장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위해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국가 안보를 위해 파나마 운하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더 큰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분명합니다.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으로부터 자산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유럽의 지정학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맞대응(tit-for-tat)' 보복 장치를 개발해왔습니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국가 안보를 근거로 미국의 클로백 시도에 개입하려 할 때 발생할 충돌입니다. 중국의 국가 안보 주장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국가 안보 주장과 맞서게 될 것이며, 이는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클로백 전략은 미국과 중국을 충돌 궤도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두 국가는 이미 수년 동안 매우 높은 수준의 지정학적 경쟁에 참여해 왔으며, 클로백은 그 일부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는 갈등의 새로운 전선을 열고, 기업들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 특히 중국 자본이 투입된 유럽 기업들은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향후 글로벌 경제 지형을 크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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