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제이크 레만과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적인 셰필드 실드 우승

eodiseo 2025. 4.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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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레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를 29년 만의 영광으로

 

 

29년 만의 기다림, 마침내 끝나다

 

애들레이드의 거리는 아직도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SA)가 무려 29년 만에 셰필드 실드 타이틀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10,588일의 기다림 끝에 SA는 퀸즐랜드를 4위켓 차이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96년 제이슨 길레스피와 대런 레만이 있던 팀의 우승 이후, 이제는 레만의 아들인 제이크가 결승전에서 세기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수십 년간 실드 우승을 갈망해 온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주 전체에 큰 기쁨을 안겨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결승전은 논란 속에 애들레이드 오벌이 아닌 카렌 롤튼 오벌에서 열렸다. 당초 애들레이드 오벌에서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호주 풋볼 리그(AFL) 시즌과 겹치면서 경기장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이 예상치 못한 변화가 오히려 축제의 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작은 경기장은 더 밀착된 분위기를 조성했고, 마지막 순간 팬들의 그라운드 난입을 가능하게 했다. 29년 전 우승 당시 팬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선수들과 함께 축하했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자신만의 빛을 찾다

 

제이크 레만에게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6년 SA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WA)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로 실드를 획득했을 때, 3살이었던 제이크는 아버지 대런 레만의 무릎에 앉아 트로피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유명한 사진은 지금까지도 오스트레일리아 크리켓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당시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이제 제이크는 자신만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들어냈다.

 

아버지만큼 성공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부담감은 항상 있었지만, 제이크는 일찌감치 "아버지의 절반만큼만 좋은 선수가 되어도 꽤 괜찮은 커리어가 될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도 가지지 못한 '실드 결승전 세기'라는 업적을 이루며 자신만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대런 레만은 아들에게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자유를 주었고, 스포츠에 대한 사랑을 키워주었다. 크리켓뿐만 아니라 호주식 풋볼까지 어떤 선택을 하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오랜 기간 최고 수준의 크리켓을 경험한 아버지의 통찰력은 제이크에게 큰 자산이 되었으며, 어려운 시기에도 자신의 강점을 깨닫고 과정을 신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현재 대런 레만은 영국 노샘프턴셔의 수석 코치로 활동 중이다. 셰필드 실드 결승전 기간 내내 밤을 새워가며 경기를 지켜본 그는 아들의 성공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제이크에게는 3살 된 딸 록시가 있어, 29년 전 자신과 아버지의 모습을 이제는 딸과 함께 재현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록시는 결승전 내내 "메달 날이 언제예요?"라고 묻곤 했다고 한다. 세대를 이어 이어지는 이 감동적인 가족 크리켓 스토리는 오스트레일리아 크리켓의 아름다운 전통을 보여준다.

 


팀 성공의 숨은 주역들

 

SA의 우승에는 여러 주역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은 알렉스 캐리다. 호주 대표팀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가능할 때마다 주 대표팀에 복귀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18개월 동안 호주 대표팀의 어떤 형식에서든 놀라운 성과를 내면서도, SA로 돌아올 때마다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올해 그는 SA를 위해 거의 평균 90에 가까운 성적을 거두었고, 4개의 세기를 기록했다. 기술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그의 침착함과 팀에 가져오는 안정감, 그리고 네이선 맥스위니가 부재할 때 보여준 리더십은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라이언 해리스 코치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전년도에 볼링 코치로 팀에 합류했으며, 올해 수석 코치로 승진해 즉각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해리스는 직설적인 솔직함과 전문성으로 팀의 작은 부분들을 개선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승리와 패배를 가르는 것은 종종 1~5%의 작은 차이다. 훈련 기준 향상, 선수들에게 더 많은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그 작은 차이를 만들어냈고, 4일 동안 진행되는 크리켓 경기에서 작은 승리들이 모여 궁극적인 우승으로 이어지게 했다.

 

네이선 맥스위니는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험난한 시기를 겪었다. 호주 테스트 팀에 발탁되었다가 다시 탈락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SA로 돌아와 팀을 실드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의 리더십은 놀라울 정도로, 스티브 스미스와 함께 호주에서 T20, 원데이, 셰필드 실드를 모두 우승한 유일한 선수로 기록되었다. 인도와의 테스트 시리즈에서 본래 포지션이 아닌 자리에서 뛰어야 했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량과 리더십은 여전히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제이크를 비롯한 팀원들은 맥스위니가 머지않아 다시 호주 대표팀에 발탁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애셰스 시리즈에서도 그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잊을 수 없는 우승의 순간들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의 그라운드 난입은 모던 크리켓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마지막 5-6점을 남겨두고 팬들이 울타리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고, 승리가 확정되자 그라운드로 쏟아져 들어왔다. 벤 마넨티와 제이슨 상가는 팬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였고, 마넨티는 맥주와 물로 범벅이 된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혼란 속에서 제이슨 상가는 배트를 떨어뜨렸고, 마이클 네서가 이를 재빠르게 회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이런 행동이 권장되지 않겠지만, 29년 만의 우승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해할 만했다.

 

우승 이후에는 애들레이드 시내 런들 몰에서 주지사와 함께하는 공식 축하 행사가 열렸다. 스포츠가 주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는 주지사의 지원 아래, 선수들과 팬들, 가족들, SACA(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크리켓 협회) 회원들, 그리고 숨은 보이지 않는 서포트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이 역사적인 순간을 축하했다. 이 자리는 단순한 스포츠 승리를 넘어, 커뮤니티 전체의 자부심과 결속력을 보여주는 기회였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의 29년 만의 셰필드 실드 우승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아버지 대런 레만에서 아들 제이크 레만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유산, 어려운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성장해온 팀의 여정, 그리고 오랜 시간 기다려온 팬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감동적인 이야기다. 이번 우승은 오스트레일리아 크리켓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며, 제이크 레만과 그의 팀원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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