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마린 르펜 횡령 혐의 유죄 판결과 공직 출마 금지: 프랑스 2027 대선과 국민연합의 새로운 도전

eodiseo 2025. 4.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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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치 지형을 뒤흔든 마린 르펜의 유죄 판결: 프랑스와 유럽 극우 정치의 미래는?

 

 

 

충격적인 판결, 르펜의 '정치적 죽음'을 알리다

 

파리 법원이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지도자 마린 르펜에게 유럽의회 자금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르펜에게 전자 발찌를 착용한 상태로 2년의 징역형을 선고했으며, 더 충격적인 것은 즉각적인 효력을 갖는 5년간의 공직 출마 금지 처분이었다. 이 판결은 2027년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의 출마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다. 판결 직후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르펜은 이 결정을 "정치적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그녀는 이 판결이 자신의 대선 도전을 끝내는 것이지만, 정치 경력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르펜의 변호인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프랑스 사법 시스템의 느린 진행 속도를 고려할 때 항소 절차가 2027년 대선 전에 완료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특히 공직 출마 금지 처분이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르펜에게 가장 큰 타격이다. 이는 프랑스에서 자주 적용되지 않는 법률이지만, 헌법위원회의 판단을 받을 수 있으나 대선 전까지 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조르당 바르델라, 새로운 극우의 얼굴로 부상하다

 

르펜의 정치적 위기로 국민연합 당대표인 29세의 젊은 정치인 조르당 바르델라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르델라는 이미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자신을 총리로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태였지만, 이번 판결로 그가 직접 2027년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르델라는 국민연합 지지자들 사이에서 르펜만큼의 인기를 얻고 있다.

 

바르델라는 소셜 미디어를 능숙하게 다루는 세련된 이미지와 부지런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관찰자들은 그의 젊은 나이와 지적 깊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바르델라는 르펜이 공을 들여 '정상화'한 국민연합의 이미지를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가 르펜의 카리스마와 정치적 경험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판결 직후 바르델라는 "마린 르펜뿐만 아니라 프랑스 민주주의가 처형당하고 있다"며 강력한 지지 메시지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합이 이번 상황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당 내부에서도 이러한 시나리오를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온라인 청원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모으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르펜 없이 국민연합이 동일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다른 정당들 역시 르펜을 상대로 한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유럽 극우 세력의 결속, "나는 마린이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전역의 극우 지도자들이 르펜을 지지하고 나섰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소셜 미디어에 "Je suis Marine(나는 마린이다)"이라는 메시지를 게시했고, 네덜란드 자유당의 지어트 빌더스는 "믿을 수 없이 가혹한 판결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녀가 항소에서 승리하고 프랑스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심지어 러시아 크렘린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도 이 판결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유럽 수도들이 민주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길을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초국가적 지지는 유럽과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극우 포퓰리스트들의 공동 감각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그들은 이 판결을 정치적인 것으로 프레이밍하려 하고 있으며, 극우 세력이 정치적으로 통제될 수 없기 때문에 사법적 수단으로 억압받고 있다는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르펜은 과거에 미국 정치와의 유사성을 끌어내는 것에 매우 신중했다. 그녀는 트럼프와 그의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으며, 이는 트럼프와의 연결을 더 강화하려는 바르델라와의 주요 차이점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미국의 트럼프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의 시험대: 법치주의 vs 반체제 내러티브

 

이번 판결은 프랑스 정치에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극우 세력은 이 판결을 기성 질서가 자신들을 박해하는 증거로 프레이밍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프랑스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 역시 2020년과 2021년에 비슷한 횡령과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이들은 모두 중도우파 정치인들이었다.

 

프랑스와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극우의 '기성 질서의 박해' 내러티브에 맞서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에 대한 헌신을 유지하고, 법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르펜의 지지자들은 이번 판결로 더욱 결속할 가능성이 높지만, 프랑스 외부에서 이 사건을 접하는 사람들은 프랑스 법원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극우 정당들은 본질적으로 반제도적이기 때문에, 국내외 제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그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주주의가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르펜의 정치적 위기가 프랑스와 유럽의 극우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견고함을 시험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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