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는 축제인데, 뉴욕시는 120억 달러 적자? 새 시장의 파격 처방

뉴욕의 겨울은 잔인했습니다. 영하의 한파가 맨해튼 거리를 얼어붙게 만들던 바로 그 주, 월스트리트에서는 역대급 보너스 소식이 들려왔죠. 그런데 같은 주에 새로 취임한 마다니(Mamdani) 뉴욕시장이 발표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무려 1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조 원에 달하는 재정 적자라는 암울한 전망이었거든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동안, 10명의 노숙자가 한파 속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극명한 대비는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전 세계 대도시들이 직면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연 도시의 부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재정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뉴욕시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자 진보 성향의 마다니가 내놓은 해법은 기존 정치권의 상식을 뒤흔들 만큼 파격적입니다.
핵심 포인트
뉴욕시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인 12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임 시장 에릭 애덤스와 전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의 구조적 재정 관리 실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마다니 신임 시장은 월스트리트 보너스만으로는 이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부유층에 대한 추가 2% 과세와 대기업 세금 인상이라는 파격적 처방을 제시했습니다. 뉴욕시는 주 전체 세수의 54.5%를 만들어내면서도 겨우 40.5%만 돌려받는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지원금 삭감 위협까지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는 서울, 도쿄 등 전 세계 대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재정 위기의 축소판이며, 부의 재분배와 도시 경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120억 달러 구멍의 진실: 누가 뉴욕의 금고를 털었나
뉴욕시의 재정 적자 규모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다니 시장이 밝힌 120억 달러라는 액수는 2008년 대공황 당시 뉴욕시가 직면했던 재정 위기보다도 더 큰 규모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적자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전임 시장 에릭 애덤스와 전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 시절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폭탄처럼 터진 거죠. 마다니는 인터뷰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전임 시장이 노숙자 쉼터 비용이나 현금 지원 같은 필수 서비스 예산을 실제 필요 금액의 절반이나 60% 정도만 책정했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매년 예산안을 짤 때는 마치 모든 게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십억 달러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런 구조적 적자 속에서도 애덤스 전 시장이 임기 중 거의 20억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지출을 추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집에 빚이 쌓여가는데 새 차를 사고 리모델링을 하는 격이었던 거죠. 마다니는 이를 "심각한 재정 관리 실패(gross fiscal mismanagement)"라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정치인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전임자를 비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뉴욕시장은 법적으로 현 회계연도와 차년도 예산을 반드시 균형 맞춰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마다니는 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적자를 메우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적자가 발생했는지 근본 원인을 고쳐야 한다는 거죠.
이 문제는 비단 뉴욕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시도 2024년 기준 수조 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고, 도쿄도 비슷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거든요. 대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예측 가능성의 붕괴'입니다. 과거에는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했지만, 지금은 그런 공식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도심 상권이 무너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재산세 수입이 줄어들고,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죠. 마다니가 직면한 120억 달러 적자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옛날 방식으로 예산을 짰던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청구서가 새 시장의 책상 위에 놓인 겁니다.
월스트리트 보너스의 역설: 왜 금융가의 호황이 뉴욕을 구하지 못하나
월스트리트가 역대급 보너스를 발표한 바로 그 주에 뉴욕시가 120억 달러 적자를 발표했다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해가 안 가죠.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엄청난 보너스를 받으면, 그들이 내는 소득세로 뉴욕시 금고가 두둑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마다니 시장도 인터뷰에서 "월스트리트의 발표는 매우 고무적이고 120억 달러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바로 다음 문장에서 핵심을 찌릅니다. "하지만 적자의 규모 때문에 월스트리트만 보고 적자가 해결될 거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첫째, 월스트리트 보너스의 상당 부분이 실제로 뉴욕시 세금으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많은 금융인들이 세금이 낮은 플로리다나 텍사스에 거주지를 두고 있거든요. 팬데믹 이후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습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굳이 비싼 뉴욕에 살 필요가 없어진 거죠.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같은 거물들은 뉴욕에 남아있지만, 중견급 임직원들은 계속 뉴욕을 떠나고 있습니다. 둘째, 보너스가 아무리 많아도 120억 달러 적자 앞에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가령 월스트리트 보너스 총액이 300억 달러라고 해도, 이 중 뉴욕시가 세금으로 가져갈 수 있는 건 기껏해야 10~15% 수준입니다. 그것도 모든 금융인이 뉴욕 거주자일 때의 이야기죠. 실제로는 훨씬 적습니다. 셋째, 월스트리트 보너스는 변동성이 극심합니다. 올해 좋다고 내년도 좋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한순간에 증발할 수도 있죠.
여기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납니다. 뉴욕시 경제가 월스트리트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금융 산업이 잘되면 세수가 늘고, 안 되면 적자가 폭발하는 구조죠. 이건 마치 한국 경제가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잘되면 다 좋지만,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면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거죠. 마다니는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정확히 꿰뚫어 봤습니다. 그래서 그는 "월스트리트의 도움을 환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접근(all of the above approach)"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겁니다. 이 말 속에는 증세, 지출 삭감, 주정부와의 재정 관계 재조정 등 다양한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월스트리트 보너스는 그중 하나의 요소일 뿐이지,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거죠.
54.5% 대 40.5%: 뉴욕시가 주정부에 뜯기는 돈의 비밀
마다니 시장이 던진 또 하나의 폭탄 발언은 뉴욕시와 뉴욕주의 재정 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뉴욕시가 주 전체 세수의 54.5%를 만들어내는데, 돌려받는 건 40.5%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 숫자를 처음 들으면 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뉴욕주 전체에서 걷히는 세금이 100이라고 치면, 그중 54.5는 뉴욕시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주정부가 다시 뉴욕시에 배분하는 돈은 40.5밖에 안 된다는 거죠. 무려 14%포인트, 절대액으로 따지면 수십억 달러가 뉴욕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겁니다. 이게 1년이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되면 어마어마한 액수가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뉴욕주는 뉴욕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버팔로, 로체스터, 올버니 같은 도시들과 광활한 시골 지역이 있죠. 이 지역들은 뉴욕시만큼 세수를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정부는 뉴욕시에서 걷은 세금을 다른 지역에 재분배하는 겁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부자 지역이 가난한 지역을 도와야죠. 하지만 마다니의 지적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겁니다. 뉴욕시 자체도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져있고, 노숙자 문제며 인프라 노후화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벌어들인 돈의 14%가 다른 곳으로 새나간다는 거죠. 마다니는 "뉴욕시와 주정부의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명확히 말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불만 토로가 아니라, 재정 관계 재협상을 요구하는 정치적 선언입니다.
이 문제는 한국 상황과도 비교해볼 만합니다. 서울이 국세의 상당 부분을 내지만, 지방교부세나 균형발전 예산으로 다른 지역에 배분되는 구조와 비슷하거든요. 서울시도 늘 "우리가 벌어서 지방에 퍼준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지방은 "서울이 기회를 독점하니까 돈을 버는 거 아니냐"고 반박하죠. 마다니가 제기한 문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마다니가 이 문제를 단순한 중앙 대 지방 갈등으로 프레이밍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이건 협상 가능한 문제"라는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54.5% 대 40.5%라는 비율을 50% 대 45%로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뉴욕시는 수십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게 증세 없이 재정을 개선하는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인 거죠. 물론 이건 주지사 및 주 의회와의 치열한 협상을 필요로 합니다. 마다니는 호철(Hochul) 주지사와의 관계가 좋다고 강조했고, 취임 8일 만에 10억 달러 규모의 보편적 보육 지원 예산을 함께 발표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이건 주정부와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입니다. 10억 달러 보육 예산은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정책이라 쉽게 합의할 수 있었지만, 재정 배분 비율을 바꾸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거든요.
부자 증세의 정치학: 2% 추가 과세가 던지는 메시지
마다니 시장이 내놓은 가장 파격적인 제안은 역시 부자 증세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명확하게 말했습니다. "백만장자들에게 추가로 2%를 과세하고 싶고, 뉴욕주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들도 세금을 좀 더 내야 한다"고요. 이 발언은 여러 층위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2%라는 숫자는 결코 상징적인 게 아닙니다. 뉴욕시에는 수만 명의 백만장자가 살고 있고, 이들에게 2%를 추가 과세하면 수십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가령 연소득 200만 달러인 사람은 4만 달러를 더 내야 하는 거죠.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하지만 마다니는 이게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왜냐하면 뉴욕에 사는 백만장자들은 단순히 돈 때문에만 뉴욕에 사는 게 아니거든요.
뉴욕이 제공하는 문화, 네트워킹, 비즈니스 기회, 라이프스타일은 다른 도시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2% 증세 때문에 플로리다로 이사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남을 거라는 계산입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가 부자 증세를 단행했을 때도 예상만큼 많은 부자들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둘째, 마다니는 이 증세안을 '공정성'의 프레임으로 포장했습니다. 월스트리트가 역대급 보너스를 받는 동안 노숙자가 얼어 죽는 상황에서, 부자들이 조금 더 부담하는 게 정당하다는 논리죠. 이건 정치적으로 매우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0% 이상이 부자 증세에 찬성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죠. 마다니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 겁니다.
셋째, 그는 기업과의 관계를 완전히 적대적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조심했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기업 리더들과 앉아서 대화할 때, 우리는 재정 정책에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나는 증세를 원하고 그들은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동의하는 건 이 도시의 중요성이고, 이 도시의 활력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매우 영리한 화법입니다. "당신들과 싸우려는 게 아니라 협상하려는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낸 거죠. 실제로 그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대화 채널은 열어뒀다는 얘기죠. 이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뉴욕시장이 월스트리트와 전면전을 벌이면 둘 다 손해거든요. 금융 기업들이 뉴저지나 코네티컷으로 본사를 옮기기 시작하면 뉴욕 경제는 치명타를 입습니다.
넷째, 마다니는 증세만 이야기한 게 아니라 기업 친화적인 정책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주택을 짓기 위해 여섯 개나 되는 정부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관료주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으려고 여섯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이런 규제 완화는 기업들이 원하는 겁니다. 마다니는 "한 손으로는 세금을 올리지만, 다른 손으로는 사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이게 바로 정치의 기술입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니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거래인 거죠. 마지막으로, 부자 증세는 단순히 뉴욕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한국도 종부세니 금투세니 하면서 부자 증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마다니의 실험이 성공하면, 다른 도시들도 따라할 겁니다. 실패하면 반면교사가 되겠죠. 그래서 전 세계가 뉴욕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변수와 연방 지원금 삭감: 10억 달러짜리 시한폭탄
마다니가 직면한 또 하나의 거대한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츄어리 시티(sanctuary city)'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연방 지원금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생츄어리 시티란 불법 이민자를 연방 이민국에 인계하지 않고 지역 사회에서 보호하는 정책인데, 뉴욕이 대표적인 생츄어리 시티죠. 트럼프는 이게 마음에 안 드는 겁니다. 그래서 토요일까지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지원금을 끊겠다고 압박했습니다. 뉴욕시가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돈은 연간 80억~100억 달러입니다. 120억 달러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100억 달러를 잃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재앙입니다. 그럼 마다니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그는 단호했습니다. "우리의 법과 가치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뉴욕에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를 지킬 것이고 뉴요커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입니다. 왜냐하면 트럼프가 정말로 지원금을 끊으면 뉴욕시는 파산 직전까지 갈 수 있거든요. 하지만 마다니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트럼프와의 백악관 회동에서 "뉴욕이 잘될수록 대통령도 행복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언급하며, "내 일은 뉴욕시장으로서 이런 지원금 삭감이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시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강력한 표현도 썼죠. 이건 트럼프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당신이 정말로 뉴욕을 사랑한다면, 이런 위협은 역효과만 낼 것"이라는 거죠. 동시에 마다니는 현실적인 준비도 강조했습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을 탄탄하게 만들고 이런 날을 대비한 충분한 적립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마다니가 트럼프를 120억 달러 적자의 원흉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기자가 "트럼프도 이 불안정한 시기의 대통령이었는데 왜 언급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마다니는 "120억 달러 적자의 설계자는 전 시장과 전 주지사"라고 못 박았습니다. 연방 지원금 삭감은 별개의 위협이지, 현재 적자의 원인은 아니라는 거죠. 이건 전략적인 판단입니다. 트럼프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우면 트럼프와의 협상 여지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이건 지방 정부의 문제였고, 연방 지원금 삭감은 별개"라고 구분하면, 트럼프와 거래할 여지가 생기는 거죠. 실제로 마다니는 트럼프와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건 드문 일입니다. 진보 성향의 뉴욕 시장과 보수 대통령이 직접 소통한다는 건, 양쪽 다 실용적인 거래를 원한다는 의미죠.
하지만 이 줄타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고, 생츄어리 시티 문제는 그의 핵심 공약이거든요. 토요일 데드라인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가 정말로 100억 달러를 끊을까요? 아니면 일부만 삭감하며 압박을 계속할까요? 마다니는 "모든 도구를 동원해 싸울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법적 소송? 다른 민주당 주들과의 연합? 아니면 트럼프와의 백채널 협상? 이 게임의 결과는 뉴욕뿐 아니라 미국의 모든 생츄어리 시티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모두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다니가 물러서면 다른 도시들도 굴복할 수밖에 없고, 끝까지 버티면 도미노처럼 저항이 확산될 겁니다. 120억 달러 적자보다 더 큰 정치적 도박인 셈이죠.
비즈니스와의 줄타기: 규제와 협력 사이에서
마다니의 경제 철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비즈니스와의 관계 설정입니다. 그는 진보 진영 출신이지만, 반기업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을 파트너로 본다고 명확히 밝혔죠.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는 비즈니스와 협력하려고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취임 첫 달부터 우버, 리프트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숨은 수수료를 단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이게 모순 아니냐고요? 마다니의 설명을 들어보면 논리가 명확합니다. "많은 사업주들로부터 들은 건 피로감과 좌절감이었다. 규칙을 지키는 사업자는 규칙을 무시하는 경쟁자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잃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직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부정직한 기업을 처벌한다는 논리죠.
이건 사실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공정한 경쟁이 있어야 시장이 작동하는 거거든요. 누군가 반칙을 해도 처벌받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반칙하게 됩니다. 마다니는 이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규칙을 어기는 기업을 책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거죠. 동시에 그는 주택 건설을 위한 규제 완화에도 적극적입니다. 뉴욕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주택 위기라고 진단하고, 부동산 개발을 쉽게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조닝 개혁을 지지하고, 여섯 개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관료주의를 없애겠다고 한 거죠. 이건 부동산 업계가 수십 년간 요구해온 겁니다. 진보 진영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마다니는 다릅니다. "더 많은 주택을 지어야 집값이 내려간다"는 경제학 101을 받아들인 겁니다.
그의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기자가 "경제 개발을 비즈니스 중심으로 할 거냐, 노조 일자리 중심으로 할 거냐"고 물었을 때, 마다니는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이게 양자택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거부했습니다. "나는 비즈니스를 파트너로 보되, 노동자들도 같은 테이블에 앉혀서 그들도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는 구체적인 예로 NYCHA(뉴욕시 공공주택공사) 개발에서의 히트펌프 도입 프로젝트를 들었습니다. 민간 기업이 공공주택에 청정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프로젝트인데, 이를 통해 주민들은 에너지 비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였다는 거죠. 이게 바로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모델이라는 겁니다.
마다니의 이런 접근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모델과 비슷합니다. 독일이나 스웨덴에서는 기업, 노조, 정부가 삼자 협상을 통해 경제 정책을 결정하거든요. 미국에서는 드문 방식이지만, 마다니는 이게 뉴욕에서도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겁니다. 기업은 증세를 싫어하고, 노조는 규제 완화를 싫어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칠 수도 있죠. 하지만 적어도 마다니는 시도는 하고 있습니다. 그가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과 통화했다는 건 상징적입니다. 다이먼은 월스트리트의 황제이자 자본주의의 화신 같은 인물이거든요. 진보 시장이 다이먼과 대화 채널을 유지한다는 건, 적어도 전면전은 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동시에 그는 우버와 리프트를 단속함으로써 "나는 기업 편이 아니라 공정성 편"이라는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이 줄타기가 성공하려면 엄청난 정치적 기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취임 한 달도 안 돼서 주지사와 10억 달러 보육 예산을 따냈고, 월스트리트와도 대화하고, 규제도 강화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시험은 증세안을 의회에 제출할 때 올 겁니다.
뉴욕의 미래, 우리의 미래: 대도시 재정 위기가 던지는 질문
마다니가 직면한 120억 달러 적자는 단순히 뉴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 도쿄, 런던, 파리 등 전 세계 대도시들이 비슷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거든요.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도심 상권이 무너지고,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고, 복지 수요는 폭증했습니다.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노후화, 이민자 급증 같은 새로운 비용들이 추가되고 있죠. 전통적인 세수 모델로는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마다니의 실험이 중요한 겁니다. 그가 제시한 해법들, 부자 증세, 중앙-지방 재정 관계 재조정, 비즈니스와의 협력적 관계, 규제 완화와 단속의 병행, 이 모든 게 작동할까요? 아니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초할까요?
한국 입장에서도 배울 게 많습니다. 서울시도 수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고, 지방교부세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있으며, 부동산 세제를 어떻게 할지 논쟁 중이거든요. 마다니처럼 "부자에게 2% 더 걷자"고 하면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종부세 논란을 보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 질문은 피할 수 없습니다. 누가 도시의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월스트리트가 역대급 보너스를 받는 동안 노숙자가 얼어 죽는 도시가 정상일까요? 마다니는 "뉴욕시와 부유층의 관계, 그리고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들과의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세금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뉴욕은 누구의 도시인가? 월스트리트 억만장자들의 놀이터인가, 아니면 일곱 살에 이민 와서 시민권을 받고 자란 마다니 같은 사람들의 도시인가? 마다니는 인터뷰 마지막에 감동적인 말을 했습니다. "이 도시에 일곱 살에 왔고, 이 도시에서 시민권을 받았고, 이 도시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우리는 더 이상 누가 여기에 속하는지 논쟁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곳을 집이라 부르는 모든 사람을 위해 일하는 행동에 집중할 것"이라고요. 이 말에는 그의 정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배제가 아니라 포용, 논쟁이 아니라 실행, 이념이 아니라 실용입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을 겁니다. 120억 달러 적자를 해결하려면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합니다. 증세를 하든, 복지를 줄이든, 공무원을 해고하든, 어떤 선택이든 저항에 부딪힐 겁니다. 트럼프가 연방 지원금을 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하지만 마다니는 적어도 문제를 직시하고 있습니다. 전임 시장처럼 숫자를 조작하거나, 문제를 다음 시장에게 떠넘기지 않고, 정면 돌파하려 합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앞으로 몇 년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시도는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뉴욕의 실험은 전 세계 대도시의 미래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성공하면 다른 도시들이 따라할 것이고, 실패하면 반면교사가 될 겁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서울도, 부산도, 결국 같은 길을 걸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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